You are currently viewing 추운방과 찬물의 추억

추운방과 찬물의 추억

금년 봄에는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옵니다. 거의 3주 째 비가 일주일에 세 네번은 오는 것 같습니다. 일기 예보를 보니까 다음 주에도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고 합니다. 거의 한 달 가량 비가 내리니까 겨울에 최소 3개월은 비가 온다는 뱅쿠버에 사시는 분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늘 날씨가 우중충하고 비가 오니까 많은 분들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그런 기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금년 봄입니다.

비가 그치지 않고 거의 매일오니까 모처럼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은 텃밭 농사가 잘 안되어서 속상하다고 하시는 장로님의 탄식을 매일 아침마다 듣습니다. 날씨도 비가 자주 오다 보니까 기온이 떨어져서 으실으실 춥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의 추억을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어렸을 때 방이 무척 추웠습니다. 그래서 큰 솜 이불을 덮고 자던 기억이 납니다. 연탄 아궁이로 된 집 구조 때문에 아랫목만 일부 따듯하고 나머지는 냉방이다 보니 자연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더 깊은 숙면이 드는 것을 어린 시절 경험하였습니다. 추위는 사람에게 깊은 잠과 이불 속의 안락함을 선물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불 속이나 이불 밖의 온도차를 느끼지 않는 것은이상하게도  오히려 따듯한  잠자리의 안락함이 무엇인지를 못느끼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려서부터 냉온욕을 해서 그런지 찬물로 목욕을 하거나 세수를 해도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추위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 후로 평생에 아직까지는 감기로 고생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여름에도 찬물로는 샤워를 못합니다.

어렸을 적 추운 방과 찬물의 일을 추억해보면, 안락함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이 땅에서의 고난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고난 당하는 것이 더 깊은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또 불편함이 오히려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광야 생활을 통해서 더 강해지는 축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하여튼 올 봄은 너무 너무 울씨년스럽습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119:71)